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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 가을 추석때는 친정에 내려가지 않게 되었습니다.
시댁은 가깝고 매일가서 친정에도 내려가지 않으니 갑작스럽게 추석이
벼락휴일이 되어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지요. 좋지 않냐구요?
친정에 가지 않은 이유는 부모님이 아프시고
저희 아가가 태어난지 백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
엄마께서 올 추석때는 오지 말고 백일때 부모님이 올라 오신다고 약속하셨어요. ..
아빠께서 올 봄 암검사를 하셨는데 다시 수술을 하셔야 하게 판정을 받으셨지요.
처음이 아니예요. 7년 전부터 시작한 전쟁.. 정복할까 말까.. 정복되나 안되나 하던게
7년.. 분명 올 1월에도 폐에 뭔가 있어서 간단한 수술을 하셨는데 .. 분명히 말이죠.
갑작스럽게.. 뇌, 폐, 간.. 암덩어리가 매우 큰게 발견되었습니다.
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아빠의 좌절 이었습니다. 큰 수술마다 괜찮다며
요즘 이런건 병도 아니라며 든든하게 지켜오시던 아빠의 씩씩함을 이번에는 볼 수 없었습니다.
그렇게 .. 이겨내려 하였는데.. 기분이 어떠실까.
저희 가족은 말이죠.
지금 사실 아빠의 마지막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.
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웃고 , 회사에 나가 일도 하고
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엄마 덕분입니다.
친척분들은 그러세요. 그래도 엄마가 생각보다 힘들어 하지 않으시더라..
힘들지 않겠어요..어떻게 힘들지 않겠어요.
하지만 엄마께서 흔들리시면 자식들이 더 힘들까봐.
아빠께서 더 빨리 희망을 놓고 악화되실까봐 강한 정신력으로
웃으며 말씀하십니다. 10년만 더 사셨으면 좋겠다.
10년이 아니라 1년을 기대하는 상황이지만 우리가족 엄마의 든든한 미소 속에서
기도하며 지내고 있습니다. 1년이 되던 1달이 되던.. 소중하게 10년처럼 행복하게 살자구요.
늘 가족과 아빠 뒷바라지 하던 엄마께서 힘들지 않으시겠어요.
몸이 아프신지 추석때 내려오지 말라는 소식에 마음이 또한번 아팠습니다.
그래도 저 또한 엄마처럼 웃으며 지낼거예요. 희망을 생각하면서요.
사진은 등대를 오르는 엄마와 저 입니다. 등대.. 저희 삶을 비춰주시는 엄마같은 등대
씩씩하게 오르고 계시죠. 저도 엄마의 뒷길을 씩씩하게 따라가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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